2005.5.23 (월) 07:44  

◆세계 마케팅석학들이 전하는 기업 생존전략◆

강자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국내시장에서 외국기업끼리, 외국시장에서 국내기업끼리 경쟁하는 사례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시장에서의 승부는 결국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인식시키고 판매하느냐로 귀결된다. 21~22일 고려대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100주년 기념 마케팅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돈 야코비치(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딕 위팅크(미 예일대), 로버트 와이어(HKUST 비즈니스 스쿨), 프라딥 친타군타(미 시카고대), 라비 다르(미 예일대), 박충환(USC), 그렉 알렌비(미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등 세계 마케팅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20일 서울 롯데호텔 27층 세미나실에서 매일경제신문 주최로 좌담회를 열고 21세기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사회는 고려대 채서일 교수(경영학과).

Q> 고려대 경영학과 채서일 교수 = 최신 마케팅 트렌드는.

A> 라비 다르 美 예일대 교수 ＝제일 중요시하는 것이 고객관리다. 80대20 법칙은 마케팅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상위 20% 고객들이 80%의 매출을 일으키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 같은 상위 20%의 고객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상위 고객은 제품구매에 대한 충성도, 재구매율이 높기 때문에 기업 수익에 많은 도움을 준다.

A> 딕 위팅크 美 예일대 교수 ＝마케팅의 효율성을 소비자 개인 수준에서 측정하는 것이 현대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연령, 지역별로 고객 구분이 이루어졌으나 이제는 소비자 개인의 구매성향,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일대일 맞춤 마케팅이 가능하다.

A> 프라딥 친타군타 美 시카고대 교수 ＝마케팅 개념은 기업의 여러 부문과 섞여 있는데 마케팅 고유의 것만을 따로 떼어내 측정하는 게 쉽지 않다. 마케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이 수립되고 실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주들의 단기적인 성과를 논하는 이사회에서는 논의되기 힘든 주제다. 연구ㆍ개발(R&D)과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마케팅이 기업의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광고나 판촉 정도로만 생각한다. 관련 임원의 위상도 높지 않은 것이현실이다.

Q> 현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은 무엇인가.

A> 그렉 알렌비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needs'와 'wants'의 구별이다. needs는 소비자의 근원적인 수요욕구를 말한다. wants는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옷을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needs이고 브랜드 있는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이 wants다.

A> 박충환 美 USC 교수 ＝고객은 본인의 needs나 wants를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표현을 못하는 예가 많다. 기업이 고객 욕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고객보다 앞서 나가면서 그들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과 고객간에 감정적인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Q> 마케팅에서 기업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면.

A> 다르＝첫째는 지나친 모방(맞대응 차원에서)이다. 기업들은 큰 그림을 못보고 당장 눈 앞의 수익에만 신경쓴다. 둘째, 가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격할인이나 대대적인 판촉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다.

A> 위팅크＝기업들은 고객이 현재 어떻게 반응하느냐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 현재보다도 장래성, 잠재력이 있는 고객을 발굴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 현재에반응이 없는 고객이라도 미래에 신제품을 내놓으면 반응이 다를 수 있다.

A> 로버트 와이어 홍콩과기대 교수 ＝제품의 질보다는 가격에 관심을 두는 실수를 하는 기업들이 있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소비자가 한번 하게 되면이를 만회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것이 미국 자동차가 일본에 밀리게 된 요인 중 하나다.

Q> 글로벌시장서 한국기업들이 효율적인 마케팅전략을 펼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다르＝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난 10년 간 삼성이나 LG가 해외에 알려진 것을 보면 경이롭다. 세계에서 이런 예가 거의 없었다.

A> 박충환＝한국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국제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진출 국가 전체나 전체시장이 아니라 특정시장을 타깃으로 선정해 그곳에 집중해야 한다. 삼성도 해외진출 초기에는 저가품 위주였으나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가품전략(PDP, LCD 등)으로 경영전략을 바꿨다. 당시에는 이것이 모험이었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정확한 의사결정이었다.

A> 알렌비＝세계 유수의 기업과 정면으로 싸우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정확한 틈새시장을 파악해 핵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국기업들이 고가 디지털가전을 선택해 역량을 집중한 것은 잘한 일이다. 현대자동차의 10년 무상보증도 모험이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모험이 없으면 기업경영은 안된다. 무상보증이 길다는 것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A> 친타군타＝기업은 해외진출국의 문화와 소비자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인도에서 현대차의 성공은 인도문화에 맞는 차를 팔았기 때문이다. 인도는 대가족문화다. 현대차는 진출 초기 노인들이 뒷자석에 탈 수 있도록 차를 만들었다. 인도인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시장공략 후 고급세단을 출시하니 소비자가 현대의 고급세단을 벤츠 수준으로 생각하게 됐다.



[정리 = 정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