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1 (화) 18:40  

올해 하버드대 석사과정 합격생들의 인터넷 사이트. 모두 30명이 등록한 이 모임에서 5명이 부동산개발, 건축, 도시디자인 등 부동산 관련학과였다.

한 하버드 입학 예정자는 “미국 교포와 출국자 모임에 등록 안 한 합격자까지포함하면 부동산관련 석사로 8~10명쯤 지원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뿐만 아니라 코넬대, 뉴욕대(NYU), 캘리포니아대(USC) 등 부동산학 석사 과정에도 한국인들이 몰리고 있다. 이들 학교는 부동산의 MBA(경영학 석사)라고 불리는 MRED(Master of Real Estate Development) 학위를 개설중이다.국내 MRED 학위 소지자는 70명 안쪽. 아직까지는 ‘블루오션’ 영역인 셈이다.

유럽 내 최고 부동산연구를 자랑하는 영국 레딩(Reading)대에도 한국인 지원이이어지고 있다. 레딩대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지난해부터 단국대와 손잡고 한국에 분교를 설치하기도 했다.

특히 부동산 재무(Real Estate Finance)쪽 진출이 눈에 띈다. 김진홍 유학전략컨설팅센터 사장은 “재무 전공은 경쟁이 치열하고 컨설팅업체나 투자은행에 들어가기 힘든 반면 부동산학은 틈새시장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일반 대학원 시험인 GRE 대신 경영대학 입학시험인 GMAT 성적까지 받는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지원 폭을 넓혀줬다”고 덧붙였다.



■국내 부동산대학원 개설 잇따라■

부동산학 유학 바람은 우리나라 부동산 열풍과 맞물렸다. 국민 자격증이 된 공인중개사 취득 열기가 이를 말해준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 관심은 뜨겁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된 전문가가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 지금까지의 부동산 분석은 감(感)과 운(運)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같은 재테크 수단이면서도 주식이나 채권처럼 제대로 된 ‘부동산학’이 없었던 셈이다.

대학에서도 소외받아 변두리 학문으로 취급 받아 왔다.

그러나 인재들이 몰리면서 부동산학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2003년부터 국내에서도 부동산학 박사가 배출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부동산대학원을 설립한 곳은 건국대다.

85년 학부에 부동산학과를 설립한 데 이어 2000년 부동산대학원을 정식 출범시켰다. 건국대 올해 8월 졸업예정자들을 보면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건축사, 감정평가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상당수다. 기존 전문성을 부동산으로 넓혀보고 싶다는 게 주된 이유다. 변호사 출신 대학원생은 “부동산 관련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대학들의 부동산대학원 개설도 잇따르고 있다.

명지대학교는 기존 부동산유통대학원의 이름을 바꿔 부동산대학원을 새로 설립하고 석사과정 모집에 나섰다.

2001년부터 독립된 대학원으로 발전한 한성대 부동산대학원은 부동산투자금융과 부동산 평가, 개발과 관리, 지적 및 토지 정보시스템으로 전공분야를 세분화했다.

지난해 양산캠퍼스에서 부동산대학원을 신설한 영산대학교는 최근 부산캠퍼스에서도 석사과정을 모집 중이다.

성균관대, 경희대, 한양대, 경원대 등도 행정대학원이나 경영대학원에 부동산학 석사과정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섣불리 부동산 전공을 택했다간 낭패 보기도 쉽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서다. “국민들의 열풍만큼 부동산 전문가 수요가 많지는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명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