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국내 벤처캐피털은 정보기술(IT),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등 투자 분야에서, 또 창업투자, 기업구조조정(CRC), 바이아웃 등 투자형태에서 각각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다국적 벤처캐피털 업체 자프코의 한국법인인 자프코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정의철 대표(37)는 한국 창업투자사들이 한 분야에서 특색과 강점을 지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자프코는 세계 곳곳에 현지법인을 두고있으며, 전문화된 투자체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창투사들이 배울 점이 많은 이유다.

◆설립 30여년...각국서 3천여개 벤처에 투자

자프코는 1970년대 초 일본 노무라 그룹이 주축이 돼 설립한 벤처캐피털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 보스톤과 실리콘밸리에 자프코USA를 두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에 있는 해외본부를 중심으로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에 각각 사무소를 배치해 놓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3천여 개 벤처기업에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0여 곳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지난 2001년에 설립된 자프코코리아에서는 핸드폰 부품, 디스플레이, 디지털TV, 반도체 장비, 모바일솔루션과 같은 유망 IT 분야에서 네스디스플레이, 픽셀플러스, 디지털스트림, 인디21 등 22개 기업에 500억원 가량을 투입하고 있다.

정 대표는 "VA(Value Added)팀을 중심으로 하는 투자사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책임감 및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심사역들의 활동이 자프코의 성공요인"이라고 소개했다.

자프코의 VA팀은 개별기업에 대한 투자업무와 관계없이 각 펀드가 투자하는 벤처기업들의 마케팅과 정보수집,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지원하는 '기술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고 있다.

자프코 본사의 VA1, VA2, VA3팀은 미국과 아시아, 일본 등 3개 권역별로 투자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IT, 금융, 무역 등 분야에서 인텔, 썬마이크로시스템즈, IBM, 시스코, 피델리티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과 끈끈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이와 함께 자프코에서는 심사역들이 펀드 하나를 만들어 70~80%가 소진돼야 다른 펀드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명의 펀드 관리자가 다수의 펀드에 관여함으로써 투자업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하기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하나의 펀드를 최대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국내 VC 세분화 유도...심사역 육성도 힘 쏟아야

정 대표는 "설립 초기단계의 IT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자프코는 그 외 전문성 없는 분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창투사들이 유행을 따라가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개별 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바이오, 영화, 게임, 모바일 등 특정산업의 전망만을 보고 따라가는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벤처 붐 이후 영화 및 게임에 대한 프로젝트 투자, 바이오 열풍 등 전반적인 창투업계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은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 대표는 "정부가 각 산업 분야의 목적펀드를 통해 각 벤처캐피털의 투자 분야 및 형태에 있어 특성화를 유도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 개별 창투사에서 각 심사역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벤처캐피털의 꽃은 심사역이다"이라고 강조한다.

정 대표는 "심사역이 투자사 선정을 위한 심사부터 IPO까지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오랜 기간 그들을 붙잡아 놓고 경험과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 대표는 "우리 정부의 정책은 이제 거의 국제적 표준에 가까워졌다"며 "벤처캐피털들이 이를 바탕으로 과거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성실히 벤처투자 업무를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고 얘기했다.

단 "아직까지 일반 및 기관투자자들이 창투사에 대한 투자로 1~2년만에 '대박'을 원하는 관념이 남아있어, 이것이 바뀌기 전까지 정부 지원은 좀더 지속돼야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창투사들도 정부 도움없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기업설명회(IR) 등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정 대표는 미국 뉴욕공대를 나와 USC대학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취득한 뒤 삼성전자 중앙연구소에서 4년가량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어 세계적인 IT 관련 경영컨설팅 회사인 아서 디 리틀(Arthur.D Little)의 한국 사무소에서 3년 간 일하며 대우정보통신, 하나로텔레콤 등의 '빅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어 정 대표는 지난 2002년 심사역으로 자프코코리아에 몸을 담은 이후 지난해부터 대표이사로 회사를 지휘하고 있다.

아울러 작년 11월에 설립된 외국인투자기관협의회의 초대 회장을 맡아 외국 투자자들이 정부 정책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사항을 얘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대표는 "외국의 경우 정부가 벤처캐피털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현지 창투사보다 해외 글로벌 회사를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에서도 자프코와 같은 회사에 대해 이를 좀 반영해줬음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