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23 (토) 08:15  

◆韓商 2ㆍ3세 50명 모국체험◆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서 어린 시절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물어올 때가가장 가슴 아팠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산 휴대폰 때문에 한국을 달리 봤다는 얘기를 듣는다. 모국에 대해 프라이드를 갖고 세계 속 한상(韓商)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광수 씨(29) - 미국 뉴저지에서 투자은행(the Bank of New York) 근무)

"비슷한 경험이 있다. 대학에 일본어, 중국어 강의만 있었는데 최근 한국어 강의가 생겼다. 작은 일이지만 기뻐서 울컥했다. 달라진 모국 위상에 맞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상 2, 3세들이 힘을 모아 세계를 무대로 뛰는 발판을 마련해보겠다." (이예슬 씨(21) -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 그래픽 디자인 전공)

"한국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미국 교과서에서 한국 역사는 한 줄 뿐이다. 한상들이 앞장서서 역량을 키워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김은자 씨(26) - USC(남캘리포니아대학) 음악 전공)

사단법인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OKTAㆍ회장 서진형)가 주최하고 산업자원부가 주관한 재외동포차세대무역스쿨 교육차 한국을 방문한 한상 2, 3세들이 벌인 토론이다.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모국방문 교육에 참가한 재외동포 2, 3세 50명은 주로 개발시대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등지로 이민을 떠난 부모들의 후손으로한국 방문 경험이 거의 없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모국 체험을 통해 "화상(華商)이나 유대인들보다 뛰어난 상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모국을 방문한 사람은 50명이었지만 같은 규모로 전세계 20개 주요 도시에서 동일한 세션이 열렸다. 1000명이 넘는 젊은 한상 2, 3세들이 모국을 경험하는 기회를 가진 것.

일주일 동안 무역스쿨 강의 등 이론교육부터 국회, 동대문시장, KI

NTEX 견학에 이어 울산 현대자동차, 포항 포스코 등을 방문하는 등 강행군을 계속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모국의 발전상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위 장면, 북핵 관련 뉴스가 현지에서 접하는 한국 뉴스의 대부분이었지만 한국은 분명 그들 의식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들은 17일 도착한 인천공항에서부터 모국의 달라진 모습을 실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나와 런던대에서 법학을 전공중인 이윤수 씨(23). 이씨는"인천공항, KIN

TEX 등 인프라 시설을 돌아보니 영국의 어떤 공항, 전시시설보다 뛰어난 시설을 모국이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뿐이 아니었다. 최광수 씨는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엔터테인먼트산업 혁명이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도 그에 못지않게 영화와 음악 분야가 발전하고 있음을 느꼈다"며 "종국적으로 한국 음악과 영화를 세계화시키는 일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워크숍. 5개팀으로 나눠 '한국 상품의 효율적 수출 방안을 모색해보라'는 주제에 대해 3팀은 한국 휴대폰을 그렸다. 그만큼 재외동포들은 현지에서 한국산 휴대폰의 약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들은 진정한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고백했다. 또 이런 기회가 자신들 외에 더 많은 재외동포 2, 3세들에게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빼놓지 않았다.

김은자 씨는 "15년 전 한국에 처음와 목욕탕에 갔을 때 바구니에 옷을 담고 하는 게 무척이나 창피스러웠었다"며 "미국에서 태어나 줄곧 미국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네 번째 한국에 온 지금 한국이 미국처럼 느껴질 만큼 한국사람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 다니고 있는 민보라 씨(24)는 "이러한 기회가 더 확산되면 재외동포 후손들이 모국에 대한 애국심을 배가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해결책을 찾지는 못해도 최소한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는 기회는 제공할 수 있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 정수성 씨(27). 한국 일본 중국 3국을 거점으로각종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는 정씨는 일본 속 한류 열풍을 통해 모국을 다시 보게 됐다. 정씨는 "세계 여러 곳곳에 퍼져 있는 재외동포 2, 3세들과 만나보니 우리 민족은 분명히 화교나 유대인 이상으로 뛰어난 민족이 될 수 있고 화상, 유대인 상인보다도 뛰어난 한상이 될 수 있다는 저력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주일의 연수가 끝난 후 이들은 이미 그 누구보다 뛰어난 무역상들로 변해가고 있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온 박바우 씨(29). 박씨는 남아공 속에서 한국 홍보 대사가 되는 꿈을 갖게 됐다.

박씨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이 남아공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남아공 백인들조차 이를 일본 제품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한국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고양시켜 중소기업들까지 활발하게 입지를 닦을수 있게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수성 씨는 "욘사마 하나로 일본 열도는 뒤집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일본을 움직을 수 있는 문화마케팅 측면에서 뛰어난 한상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민보라 씨는 "'친정이 잘 살아야 시집살이도 편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국 땅에서 언제나 모국의 발전을 기원하고 있다"며 "최고의 자원은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모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의대를 다니고 있는 최성환 씨(26)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최씨는 "학교에서 1등을 하고 의대에 들어가고 교수가 되면 한국을 빛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보다 중요한 한국인으로서 무엇인가를 진하게 느껴 의료관련 사업을 하는데 밑바탕이 될 정신적인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총괄기획한 서진형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장은 "젊은 재외동포 2, 3세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가는 속도에 나날이 놀랐다"며 "매년 이런행사를 통해 이들이 머지않아 한국을 먹여살리는 인적 자원으로 성장하도록 뒷받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