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3-10-01 (문화) 인터뷰 26면 40판 1229자    
  
    
“최근 한국의 예술영화 중에는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한국 감독들은 이런 주인공의 모습 속에 창작자로서의 자기 고민을 담아두곤 하지요. 특히 임권택 감독은 이런 구조를 통해 미국 영화의 압도적 영향 속에서 한국적 미학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자문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는 연세대 미디어아트 연구소 주최로 한국영화 국제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한국영화에 이해가 깊은 국내외 영화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이 심포지엄에서 데이비드 제임스 미국 USC(남캘리포니아대) 영화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의 알레고리―최근 한국영화들에서의 성찰성’이란 주제로 30일 발표했다.
그는 1996년 ‘임권택 회고전’을 시작으로 세차례에 걸쳐 한국영화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미국에 한국영화를 소개하고 연구하는 일에 앞장서온 대표적 영화학자다.
―왜 임권택인가.
“그는 국제적 명성을 얻은 최초의 한국 감독이다. 외국인들에게 그의 영화는 한국영화를 이해하는 창문의 역할을 한다. 두가지 이유에서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 한국의 뛰어난 전통문화와 빼어난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낸다는 점, 그리고 미학적 측면에서 천재성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예술가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자기반영적인 작품을 만들고 있는 점이 최근 한국 예술영화의 중요한 특성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영화 역사에서 이런 작품들이 쏟아져나왔던 유럽과 미국의 60년대는 영화라는 매체의 가능성과 기능에 대해 본격적 탐구를 해나갔던 시기였다."
―이번 주제 발표에는 ‘취화선’ 주인공인 장승업에게서 임권택 감독 자신의 딜레마를 찾아내는 부분이 있는데.
“영화 속에서 일본 자본의 유입과 중국 화단의 압도적 영향 하에 한국적인 그림을 고민하는 장승업 모습은 할리우드의 위력 속에서 한국적 미학을 견지한 영화 만들기를 모색하는 임권택의 모습과 닮아있다.”
―‘취화선’에서 장승업은 결국 그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임권택 감독도 현재 상황에 대해 회의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영화산업의 활력은 ‘쉬리’의 예에서 알 수 있듯 할리우드 모방에 어느 정도 힘입은 면이 있다.”
―한국과 한국영화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1979년부터 1980년까지 고려대에서 미국 문학을 강의했다. 그 시기에 한국에 머물러서 당시 한국인들이 입었던 정치적 외상을 나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 시기에 한국의 훌륭한 문화에 많이 접하기도 했다. 그러다 임권택 감독을 만났다."
/李東振기자 dj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