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3-08-30 (문화) 22면 45판 2395자    
  
    
*로마의 전설, 키케로
안토니 에버릿/서해문집
종교개혁가 루터가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더 중요한 인물로 꼽았고, 계몽주의 철학자인 볼테르가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고 고백한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다. 책은 키케로의 저작물, 그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 영문학자인 저자의 상상력 등을 총동원해 키케로의 사상과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낸 평전이다. 저자는 자신이 봉사한 계급에게 한번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죽음에 이른 보수주의 철학자 키케로를 다시 주목하게끔 한다. 역사현장을 옆에서 지켜본 듯한 세밀하고 박진감 넘치는 서술이 큰 장점으로 돋보인다.
또 당시 로마 사회의 갖가지 풍속들도 상세하게 그려져 있어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김복미 옮김. 1만4천9백원.
이상연 기자
*티베트 우화
진현종 옮겨 엮음/청어람미디어
100년전 한 영국 군인이 현지에서 직접 듣고 채록한 티베트의 옛 이야기. 원숭이의 심장을 구하기 위해 원숭이를 바다로 유인하다 그의 꾀에 당하는 거북이의 이야기, 다리 부러진 참새를 구해주고 부자가 된 참바와 그것을 보고 욕심을 부리다 혼쭐난 쩨링의 이야기 등 우리나라의 ‘별주부전’ ‘흥부전’ 등과 꼭닮은 모습에 흠칫 놀라게 된다. 명상과 깨달음의 나라의 이야기라 해서 특별한 가르침을 기대하진 말라. 어린시절 들었던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와 이솝우화와의 부분 부분들을 곳곳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놀라움을 뒤로 하고 계속 읽다 보면 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라마승을 비꼰 이야기 등 티베트 고유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8,500원.
박송이 기자
*한 남자의 그림사랑
김순응/생각의나무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미국 남가주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남자가 있다. 그는 시중은행에서 기획부장, 자금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성공적 삶을 살았다. 자신의 말처럼 23년간 “돈과 관련한 공부를 하고 돈을 다루는 일”을 했다. 그러나 40대후반 그는 결국 어릴 적부터 그저 너무나 좋았던 ‘그림’의 꿈을 찾아 은행일을 마감하고,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전문회사인 서울옥션의 CEO로 직업을 바꿨다. 그가 이 책의 저자다.
책은 저자의 삶의 이야기와 우리 미술시장의 문제점을 분석한 글로 구성됐다. 특히 미술품과 작가를 둘러싼 미술시장의 모순을 파헤친 글은 일반인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투자가치로서의 미술품, 경매과정 등도 소개한다. 9,800원.
도재기 기자
*항해와 표류의 역사
김영원 외/솔
'하멜 표류기’를 남긴 네덜란드인 하멜의 제주도 표착 350주년을 기념해 국립제주박물관이 펴낸 책이다. 고대부터 근대 격동기까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항해 및 표류의 역사, 그리고 동서양 문물교류의 실상을 쉽게 풀어냈다. 제주박물관 전시회에 첫 공개된 ‘하멜 보고서’ 필사본 원본, 당시 유럽에서 제작된 각종 지도, 동아시아 각국간 교역 현황을 잘 보여주는 해저 유물 등의 사진자료들이 특히 풍부하다. 또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고문헌에 실린 표류기사와 개인의 여행기 등 각종 문헌자료들도 소개된다. 항해와 표류를 주제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보고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근대 동양과 서양의 만남 과정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한다. 3만5천원.
도재기 기자
*한달이 행복한 책
유린/오늘의책
어렵게 직장은 얻었지만 업무는 등한시하고 세상에 대한 불만만 키워가던 종식. 신발 밑창을 수선하러 들른 ‘구두병원’의 아저씨는 그에게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자에게만 불공평하지”라며 생각이 인생을 바꾼다고 조언한다. 20릿길을 하루 네 번이나 마중나오셨던 어머니, 35년전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아와 신장이식을 결심하는 입양아, 졸업여행비를 모아 친구 수술에 보탠 대학생들, 막장에 갇혀 일의 소중함을 깨달은 젊은이…. 대학 재학중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가 잔잔한 일상 속 미담 30꼭지를 선물한다. 깊이있는 철학을 전해주기보다는 ‘세상에서 왜 나만 불행한가’라며 투덜대는 스스로를 잠시 돌아보게 하는 책. 7,500원.
임소정 기자
*뇌력 성공학
송종훈/중앙M&B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는 이른바 마인드 파워를 잘 키우면 보다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스포츠일간지 등에 기(氣) 관련 연재를 하고, 대한축구협회 기공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저자(MF문화원 원장)는 이 책에서 각 개인이 자신의 잠재적인 능력을 일깨우고 키워내는 방법들을 전한다. 더 나아가 직장생활 등 일상에서의 업무에까지 그 힘을 연장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소개한다. 또 실제 활용한 결과 등 다양한 응용 사례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책에는 또 2002년 월드컵 당시 비공식 초청 형식으로 우리 축구대표팀을 마인드 파워로 도운 비화를 비롯해 그동안 저자가 관계를 맺어온 스포츠계의 일화 등도 실려있다. 1만원.
도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