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31 11:38

‘155㎞를 쏴라.’

박찬호(30·텍사스)가 강속구 부활을 외치며 강훈에 여념이 없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인근 밸리 지역의 밸리 컬리지에서 땀을 쏟고 있다. 박찬호는 해를 넘긴 04년 1월초 장소를 미국 야구 명문대학의 하나인 USC로 옮길 계획이다. 이때부터 다저스 시절 단짝 포수 채드 크루터도 합류,실전 피칭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크루터는 개인 사정상 합류하지 못하다가 1월 초부터 박찬호와 호흡을 맞추기로 했다.

박찬호는 로스앤젤레스의 좋은 날씨를 충분히 활용,훈련 시간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에는 오전에 몸을 가볍게 푼 뒤 캐치볼 등으로 마치고 오후엔 알링턴볼파크 근처에 있는 언덕에서 장거리 러닝을 소화하는 것으로 훈련을 마감했다. 그러나 올해는 오전 오후로 나눠 하루 두 차례 5시간에 가까운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알링턴 훈련 시절보다 2배 가까이 훈련시간이 길어졌음은 물론 훈련강도도 훨씬 세졌다.

USC로의 이동은 크루터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터의 장인이 USC 야구부 감독 출신이라 지인을 두루 아는데다 시설 사용 등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싱글A 수준을 넘어서는 타자들을 세워놓고 본격적으로 실전 피칭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박찬호의 시즌 첫 불펜피칭이 언제 이뤄지느냐도 관심사. 98년 아시안게임 참가 준비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박찬호는 해마다 1월 하순부터 불펜피칭에 들어갔다. 스프링캠프소집일 한 달을 남겨두고 피칭에 들어가는데 올해엔 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박찬호는 스프링캠프 합류와 동시에 실전 피칭이 가능할 정도로 구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 크루터의 본격 합류로 미뤄볼 때 적어도 1월 중순 전에 불펜피칭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의 공을 가장 잘 아는 크루터는 1월 한 달 동안 박찬호의 공을 받으면서 전성기 시절의 투구폼 복원과 관련해 커다란 도움을 줄 게 틀림없다.

한편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은 12월31일(한국시간) 존 하트 단장의 말을 빌려 텍사스 레인저스가 중저가 FA투수조차 영입하지 않고 기존의 선발 후보 7명 중 5인 로테이션을 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박찬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알링턴(미텍사스)=김성원특파원 rough@sport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