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0 (수) 17:5

‘새벽기차’로 유명한 1980년대 인기그룹 ‘다섯 손가락’이 18년 만에 무대에 섰다. ‘다섯 손가락’의 핵심 멤버였던 이두헌(40·사진 왼쪽)과 임형순(40·오른쪽)은 9일 KBS 1TV 음악 프로그램 ‘콘서트 7080’ 녹화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함께 노래한 것은 1986년 1월이 마지막.

이두헌은 “20대에 해체되고 40대가 되어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면서도 “세월의 변화는 크게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임형순도 “오랜만에 만났어도 옛날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을 받았다. 눈가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에는 간혹 새치도 보이지만 함께한 노래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전성기에 최고 인기를 끌었던 3곡. 임형순이 ‘새벽기차’를 부르면 이두헌이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로 받고, ‘풍선’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1993년 도미한 이두헌은 버클리 음대와 USC에서 재즈를 공부했다. 2000년 귀국해 가끔 ‘열린 음악회’등의 무대에 홀로 서곤 했지만, 어딘가 빈 자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임형순은 ‘장희빈’ ‘어사 박문수’ 등의 드라마음악을 만들면서 활동을 계속했지만, 대중 앞에 나서진 않았다. 대중문화계에 불고 있는 ‘7080’ 열풍에 대해 이두헌은 “문화에서 일방적으로 소외됐던 세대들의 자기 문화 찾기를 위한 몸부림”이라고 분석했다. 옛날 음악에는 멜로디가 있었고, 가사에는 정서가 담겨있었다. ‘정서’보다는 ‘사건’ 위주로 흘러가는 요즘 음악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두헌은 “단기적으로 추억을 팔아먹는 쪽으로 흘러가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한다”며 “뮤지션들 중에는 음악을 떠나있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다섯 손가락’의 데뷔 20주년. 이두헌은 “둘 다 아직 컨디션이 좋으니 기념 콘서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두헌, 임형순의 모습은 13일 밤 12시40분 KBS 1TV에서 볼 수 있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