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3.25 (금) 18:12  

지난해 10월 ‘한국을 버려라’(청림출판)라는 책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신랄하게 파헤쳐 화제를 모았던 이성용씨(43·베인＆컴퍼니 대표)가 이번에는 한국사회의 혁신방안을 제시한 책 ‘한국을 찾아라’(＂)를 냈다. 그는 이 책에서 ‘정치인들 절대 못싸우게 국회협력지수를 만들자’ ‘능수능란하게 한국을 CNN에 노출시켜라’ ‘청와대도 출장을 가자’ ‘한국에 황홀한 축제를 열어라’ 등 마음만 먹으면 실천 가능한 ‘먼데이 모닝 프로젝트’ 50가지를 제시했다.

“새마을운동도 지붕 고치고 길 넓히는 작업에서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가까운 데서 찾아야 합니다. 우리 컨설턴트들은 월요일 아침부터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먼데이 모닝 프로젝트’라고 부르지요.”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때 미국에 건너가 미 육군사관학교 우주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남가주대(USC) 정보기술 석사, 하버드대 MBA 과정을 마쳤다. 미 우주항공국 시스템 엔지니어, 미국 국방부 정보기술(IT) 조달 컨설턴트 등을 거쳐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의 글로벌 디렉터로 한국·중국·일본을 담당하고 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이상한데 한국인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상이 있어요. 화폐단위 같은 게 그렇지요. ‘0’이 많이 붙으면 효율이 떨어지고 후진국 이미지를 줍니다. 그런데도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하지 않습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한국경제의 살 길인데도 말과 달리 그리 적극적이지 않고요.”

그는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체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우물쭈물하다가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경쟁력 약화 요인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리더십 부재를 꼽는다. ‘한국인의 38%는 존경하는 인물이 없다’는 한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인물이 없는 게 아니라 지도자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어떤 변화든 좋고 나쁜 양면이 있는데 리더가 없는 한국에서는 양쪽에 휘둘리다가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아울러 조직의 무능이 문제다. 기업이 ‘메이드 인 코리아’ 때문에 불이익을 겪듯이 개인도 조직에 들어가면 원래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되는 ‘디스카운트’ 현상을 겪는다. “외국기업과 한국기업을 비교할 때 신입사원에서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능력격차가 벌어진다”면서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는데 자기주도능력이 없기 때문에 임원이 되면 오히려 도장만 찍는, 불필요한 사람이 된다”고 꼬집는다.

그는 한국, 한국기업, 한국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폐쇄성(inward focus)을 든다. 외부 흐름보다 내부 권력판도에 치중하기 때문에 실력보다 연줄을 중시하고,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거시경제에서 성장이 중요한데도 분배에 속박되는 현상, 우수한 국회의원들이 소속 정당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현상, 언론이 국내뉴스에만 치중하고 국제뉴스를 거의 다루지 않는 현상, ‘다이내믹 코리아’를 외치는 순간에도 CNN은 한국브랜드를 ‘노조’로 보도하는 현상이 이에 속한다.

이같은 내부적 시선을 거둬들이고 조직 외부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경쟁력을 갖추자는 게 이번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이다. 그러려면 평등보다 인센티브를 중시하고, 굳게 닫힌 조직을 외부에 개방하며,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거나 해외기업을 받아들이는데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제조업은 경쟁력이 없지만 대중문화, 엔터테인먼트는 전망이 아주 밝다”는 그는 월드컵이 열렸을 때처럼 신바람 나는 축제를 열고 국민들이 열심히 책 읽는 일부터 시작할 것도 이번 책에서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