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3.31 (목) 06:42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1985년 3월 30일. 이날은 1980년대 '새벽기차',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풍선' 등 히트곡을 배출한 인기그룹 다섯손가락(임형순, 이두헌, 최태완, 하광훈, 박강영)의 데뷔일이다.

데뷔 20주년 되는 날인 2005년 3월 30일. 다섯손가락의 작곡ㆍ기타ㆍ보컬을 맡았던 이두헌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세월을 거치며 그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어 있었다. 가수, 작곡가 겸 프로듀서는 기본이고 대학 겸임교수,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와인 칼럼니스트 등 하나로 정의하기에 그는 너무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최근 이두헌의 움직임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영역인 음악과 와인을 접목한 컴필레이션 음반 '센트 오브 와인-로제타(Scent of Wine-ROSETTA)'를 냈다는 점. 단 한차례의 홍보없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벌써 1만장 판매를 기록한 걸 보면 뭔가 특별한 듯했다. '센트 오브 와인'은 계절별로 발표할 와인 음반 시리즈 중 첫번째 음반이란다.

▲와인과 음악 접목한 편집 음반 내 이두헌은 추천하고 싶은 30종류의 와인과 어울리는 30곡을 직접 선곡해 두장의 CD에 담아냈다. 속지에 곡마다 어울리는 와인을 상세하게 소개한 것이 흥미롭다.

월간와인 전문지 '와인 리뷰' 인기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인 이두헌은 "최근 3년만 계산해도 700종류 이상의 와인을 2억원 어치는 마신 것 같다. 이중 정말 감동받은 30종류를 추천했다. 또 맛과 향, 색의 특징에 따라 어울리는 곡을 선곡했다"고 한다.

그가 와인을 처음 접한 것은 미국 유학 시절부터다.

89년 다섯손가락 4집을 끝으로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던 그는 93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93-97년까지 미국 보스턴 버클리 음대 퍼포먼스과에서 기타를 전공, 97-99년 LA에 위치한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스튜디오 기타를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는 무척 품질 좋은 와인이 많다. 그땐 단지 입문 단계였다. 당시만 해도 보드카를 더 즐겼던 것 같다. 2000년 귀국해서부터 가수 유열과 산울림의 김창완 등 지인들과 본격적으로 와인에 심취했다. 와인과 친해질수록 듣는 음악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상업성보다 대중들이 와인을 더 깊게 즐길 수 있도록 좋은 음악을 추천한 것이다. 통기타나 피아노 선율 하나와 어울리는 와인도 있다." 1CD 15곡은 여성 아티스트, 2CD 15곡은 남자 아티스트의 노래와 연주로 채웠다. 재즈, 크로스오버, 월드뮤직으로 구성해 음반 전체적으로 이국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벨기에 출신 하모니카 거장 투츠 틸레망스와 다이애나 크롤의 협연으로 담긴 샹송 'La Vie En Rose'는 칠레산 와인 쿠엔, 케이코 리의 'Fly Me to the Moon'은 아르헨티나산 아차발 페레-핀카 알타미라와 매치시켰다.

이밖에도 사라 맥란클란의 'Angel'은 프랑스산 샤토 보리, 케니지의 'Paradise'는 프랑스산 샤토 라피트 로쉴드, 2005년 그래미상을 수상한 에타 제임스의 'I'll be seeing you'는 프랑스산 샤토 드 피바르농과 어울리는 곡으로 추천했다.

이두헌은 "맛과 향을 잊을 수 없는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산 파비(Pavie)다. 입안에서 굴리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며 "와인은 함께 마시는 사람, 음악, 함께 먹는 음식, 어떤 장소에서 먹는지가 중요하다. 좋은 사람과 어울리는 음식과 자연속에서 와인을 마신다면 금상첨화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음반을 계절별 시리즈로 낼 계획이다.

여름에는 차게 마시는 와인과 보사노바, 삼바 등 월드뮤직을 매치시켜 '스파클 오브 와인(Sparkle of Wine)'을, 가을에는 단조곡을 모아 '티얼스 오브 와인(Tears of Wine)'을 발표한다.

이에 한국 대중음악은 와인과 어울리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는 대중음악도 무척 사랑한다. 신승훈의 '이별 그후'를 들으며 샤토 카농을 마시면 좋다"며 " 사람들은 내 조합이 주관적인 게 아닌가 궁금해 하는데 추천 음악과 와인을 들어보면 지극히 객관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다섯손가락 베스트 음반, 콘서트 계획도 87년 1월 2집까지 낸 그룹 다섯손가락 해체 후 이두헌은 그해 홀로 다섯손가락이라는 이름으로 3집, 89년 4집을 발표했다. 이후 조규찬 김건모 변진섭 등의 음반 프로듀서 및 편곡자로 활동하다 93년 유학길에 올랐다. 2000년 4월 귀국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두헌 1집을 냈다.

2000년 9월부터는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기타와 작곡을 가르치고 있다.

본격적인 사업가 변신은 작년 10월 음반기획ㆍ영화제작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뮤타라 대표가 되면서부터다. 뮤타라는 현재 홍콩 서극 감독, 영화제작자 빌콩과 영화 제작을 추진중이고, 가수 신승훈의 일본 진출을 도맡아 하고 있다. 또 일본 인기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와 신승훈의 합작 음반을 기획중이고, 온라인 음악사이트인 뮤직시티와 함께 일본의 공신력있는 음반 차트인 오리콘과 한국의 음원 공급을 하고 있다. 또 이곳에서 가수 유열의 새 음반도 낼 계획이다.

"보컬 임형순 씨와 함께 최근 17년 만에 KBS '7080콘서트'에 출연했지만 가수로서 활동은 이제 어렵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답변이다. 음악은 60살, 70살이 되어도 평생할 생각이란다.

"'7080콘서트'에서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새벽기차', '풍선' 등 3곡을 불렀다. 가을 쯤엔 임형순 씨와 함께 다섯손가락 베스트 음반을 낼 계획도 갖고있다. 또 우리의 음악을 듣고 추억할 이들을 이해 콘서트도 생각하고 있다." 20년이 흐른 2005년 만난 이두헌은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넘치는 뮤지션으로, 와인에서 인생을 곱씹고 있는 로맨티스트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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