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5.9 (월) 03:58  

[조선일보 박은주 기자]

미국 남가주대(USC)의 데이비드 제임스 교수(시네마-텔레비전 스쿨 비평학과)는 임권택 감독과 그의 영화 주인공이 ‘거울 구조’처럼 서로 닮은 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의 영화는 예술에 모든 것을 거는 주인공으로 구성된 디제시스(영화 속 허구적 실재)와 감독의 존재가 거울처럼 마주보며 예술적 성취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권택, 민족 영화 만들기’(한울)는 너무 늦게 온 임권택 감독론이다. 칸이 주목하기 전인 1996년, USC에서는 임권택 영화제와 학술콘퍼런스가 열렸는데, 이때의 글을 모아 6년 후인 2002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그 번역판으로 제임스 교수를 비롯, 김경현 UC 어바인대 부교수, 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 원장 등의 글이 실렸다. ‘예술, 영화, 예술영화:‘취화선’의 컨텍스트’는 한글판을 위해 특별히 추가됐다.


상업 영화전선에서 왕성히 활동하다 뒤늦게 예술영화로 전향한 임 감독에 대한 제임스 교수의 지적은 곱씹을 만하다.

그는 ‘족보’(1978), ‘만다라’(1981), ‘씨받이’(1986), ‘개벽’(1991), ‘서편제’(1993), ‘춘향뎐’(2000), ‘취화선’(2002) 등의 임권택 영화가 “전근대적 문화를 성공적으로 불러내 잃어버린 전통을 교육하는 수단이 되어, 국내적으로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국제적으로 찬사를 불러왔다”고 기술하고 있다.

임 감독의 영화가 서양인들이 보는 관습적 동양보기, 즉 오리엔탈리즘에 소구했다는 자기문화 비하적인 비판론을 일소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