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5.11 (수) 16:50  

"우수한 학생들을 뽑기 위해 한 해 70억원을 입학사정에 씁니다."

마크 다이아몬드 미국 남가주대(USC) 부총장과 제이 톰프슨 입학처장이 한국을찾았다.

USC 125주년-연세대 120주년 공동기념식을 위해 서울에 온 두 사람을 만나 미국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USC 입학사정과 발전기금 모금에 관해 들어 봤다.

톰프슨 처장은 "USC는 학생을 뽑을 때 전문가 20명이 지원 학생(한 해 3만여 명) 자료를 돌려가며 2~5번씩 읽는다"고 말했다.

한 지원자에 대해 전체 동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읽고 또 읽기 때문에 개인적인편견이나 경향은 개입되기 어렵다. 여기서 추려져 올라온 후보자들을 대상으로최종심사위원 6명이 결정을 내린다.

"우리가 원하는 학생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미래 리더가 갖춰야 할 지성, 창의성, 특기, 열정이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학생들 기록을 여러 사람이 꼼꼼히 챙겨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 때문에 지원자격에 고교 성적이나 SAT(미국 수능)에 하한선을 두지 않는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입학사정 담당자가 고교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외국 학생에 대해서는 그쪽 문화와 정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선발해 사정을 맡긴다.

"지역, 인종, 경제력 등에서 다양성이 확보되도록 고려합니다. 우리 대학 외국인 학생은 17% 정도(학부, 석ㆍ박사 포함)로 미국 어느 대학보다 그 비율이 높습니다."

지난해 기금모금 순위(미국 CAE 조사)에서 5위에 오른 USC는 적극적인 펀드레이징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9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벌인 캠페인에서 무려 29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모금했다.

다이아몬드 부총장은 그 비결에 대해 "사람들이 학교를 신뢰할 수 있도록 좋은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대학이 아카데믹한 분야에서 얼마나 잘 하고 있고, 얼마나 훌륭한 프로그램이 많은지, 사회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보여 줘야 합니다."

29억달러에 달하는 모금액 중 동문들이 낸 자금은 절반, 나머지는 USC와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 주머니에서 나왔다. 1억달러(1000억원) 이상을 낸 4명 역시 동문이 아니다.

USC는 기부자에 대한 예우를 철저히 한다. 현재 엔지니링스쿨 이름 '버토비 스쿨 오브 엔지니어링'은 5200만달러(520억원)를 기부한 앤드루 버토비라는 졸업생 이름을 딴 것이다.

USC가 이렇게 모아 현재 운용하고 있는 자금은 24억달러(2조4000억원) 규모. 이사회에서 투자방향을 정한 후 여러 투자회사에 맡겨 주식 채권 부동산 등으로 분산투자를 한다. 연간 수익률은 평균 이상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USC 경쟁력은 수요자(학생)를 중심으로 한 학교정책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교수뿐만 아니라 학교시설, 스태프, 어드바이저 등 학교와 관련한 것들을 평가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서 피드백을 받아 어느 곳에 재투자를 해야 하는지 결정합니다."

현재 USC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10명이다.

최근 '본고사 부활'을 두고 교육부와 대학들간 벌어진 불협화음이 미국 대학에도 있었는지 물었다.

다이아몬드 부총장은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는 국립대는 등록금이나 정책에 관여를 하지만 사립대에 대해서는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